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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현미]이런 사립탐정이라면

기사입력 2014-03-28 03:00:00 기사수정 2014-03-28 1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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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출판국전략기획팀장
“재미동포 가운데 35%가량이 혈육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은 게 아니라면 대부분 주소지나 전화번호가 바뀌는 등 정말 단순한 이유로 20∼40년씩 생이별한 채 체념하고 사는 것이지요.”

14년전 주간동아 기자 시절, 미국 시카고에서 공인탐정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효흔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는 남북 이산가족도 부둥켜안고 만나는 시대에 한국과 미국에서 이처럼 생사도 모르고 수십 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온 이산가족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를 계기로 주간동아와 강 탐정이 공동으로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을 수차례 경험했지만, 특히 미국으로 입양 보낸 딸을 찾는 홍삼분 할머니(당시 86세)의 사연은 잊을 수가 없다.

가난 때문에 자식을 떠나보내고 30년간 홀로 살아온 홍 할머니가 갖고 있는 정보는 딸의 미국인 양부모 성(姓)과 12년 전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우체국사서함 주소뿐. 40대 중반인 딸이 미국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랐다면 ‘남산에서 김 서방 찾기’였다. 강 탐정은 우체국 소재지 인근 동네의 현재와 과거 거주자 중 양부모 성과 같은 사람을 모두 뽑은 뒤 다시 딸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골라냈다. 이렇게 딸의 영문 이름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으나 결혼과 이혼으로 성이 바뀌어 모든 게 허사가 되는 듯했다. 다시 영문 이름과 출생연도가 같은 사람을 추적해 마침내 딸이 재혼 후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소유자 데이터베이스와 전화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강 탐정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딸은 “한국의 어머니 주소가 바뀌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며 당장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했다.

감격의 첫 전화 상봉에 이어 두 달 뒤 홍 할머니는 딸과 사위, 3명의 손자를 직접 만나 30년의 한을 풀었고 며칠 뒤 말기암 환자였던 할머니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이 끝난 뒤 이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꼭 두 달간의 극적인 혈육 상봉과 임종의 축복은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가 사는 이곳이 살 만한 곳임을 보여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한국어가 서툰 딸을 대신해 그동안 할머니를 돌봐온 노량진교회의 한 교우가 보낸 감사 편지였다.

‘그리운 얼굴 찾기 캠페인’이 늘 해피엔딩이었던 것은 아니다. 찾고자 하는 사람의 미국 내 소재를 파악한 뒤 본인에게 전화나 편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든 상봉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본인이 원치 않으면 철저히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연락처를 알려줄 수는 없었지만 한국의 가족들은 혈육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 했다. 

전직(轉職)지원전문가, 산림치유지도사, 온실가스관리컨설턴트, 협동조합코디네이터, 도시재생전문가, 행위중독예방전문요원 등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육성 및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44개 신직업 가운데 유독 사립탐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카드사, 통신사, 보험사의 잇따른 고객정보 유출로 민감해진 국민들에게 사립탐정의 공인은 또 다른 ‘사생활 침해’의 시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사립탐정이 평생 한을 풀어줄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다.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의 유가족이 사립탐정법 제정을 촉구했다고 한다. 사건 발생 11년 만에 유골은 찾았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경찰이 하지 못하면 사립탐정에게라도 의뢰해 범인을 찾고자 하는 가족의 마음,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김현미 출판국전략기획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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